스포츠

HOME스포츠/레저

[연합시론] 평창 못 오는 러시아 선수단, 손 놓고 있으면 안 된다

[연합시론] 평창 못 오는 러시아 선수단, 손 놓고 있으면 안 된다

(서울=연합뉴스)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5일 러시아 선수단에 대해 평창동계올림픽 출전금지 결정을 내렸다. 다만, 세계반도핑기구(WADA) 등의 엄격한 도핑심사를 거친 '깨끗한' 러시아 선수들은 개인 자격으로 참가할 수 있다고 한다. 그러나 이렇게 참가하는 선수들은 러시아 국가명과 국기가 박힌 유니폼 대신 '러시아 출신 올림픽 선수'를 뜻하는 'OAR'(Olympic Athlete from Russia)와 올림픽기가 들어간 유니폼을 입어야 한다. 이들이 금메달을 따고 시상대에 올라도 러시아 국가 대신 '올림픽 찬가'가 연주된다. IOC가 이렇게 결정한 것은, 러시아 정부가 자국 선수들의 도핑 결과를 조작한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도핑 문제로 한 나라 선수단 전체가 올림픽 출전금지 징계를 받은 것은 처음이다. 캐나다 법학자 리처드 맥라렌이 이끈 WADA 독립위원회는 지난해 8월 러시아 선수들의 조직적 금지약물 복용실태를 담은 1차 보고서를 냈다. 같은 해 12월에는 러시아가 소변 샘플 바꿔치기 등 수법으로 2011∼2015년 국제대회에 출전한 자국 선수 1천여 명의 도핑 결과를 조작했다는 2차 보고서를 발표했다.

더 심각한 문제는 러시아가 이번 올림픽 자체를 보이콧할 수 있다는 것이다. 러시아가 올림픽 보이콧을 선언하면 여러 사정상 러시아 선수들이 개인 자격으로 평창에 오는 건 쉽지 않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지난 10월 러시아 선수단의 출전금지나 개인 자격 출전 허용 모두 러시아에 대한 '모욕'이라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이번 IOC 결정이 나오자 러시아 언론과 체육계 고위인사들도 개인 자격 출전에 부정적 반응을 보였다. 다행히 아직 변수는 남아 있는 것 같다. 알렉산드르 쥬코프 러시아올림픽위원회(ROC) 위원장은 IOC 결정이 나온 뒤 "'깨끗한' 러시아 선수들이 모든 종목에 출전할 수 있도록 한 것은 '긍정적 측면'이다. 선수와 코치, 개별종목 협회 대표 등이 참여하는 올림픽회의에서 개인 자격 출전 문제에 대한 최종 결론을 낼 것"이라고 밝혔다. 12일로 예정된 러시아올림픽위 회의에서 어떤 결론이 나올지 주목된다.

아무리 그래도 개막을 두 달여 앞두고 서서히 끓어오르던 평창동계올림픽 열기에 찬물을 끼얹는 악재인 것은 부인하기 어렵다. '동계올림픽의 꽃'으로 통하는 아이스하키 종목의 세계 최고 선수들이 평창에 오지 못한다는 소식이 이미 전해졌다. 북미아이스하키리그(NHL)가 리그 일정 중단에 따른 손해와 선수들의 부상 우려 등을 이유로 소속 선수의 평창올림픽 참가를 불허한 것이다. NHL에 이어 세계 2위 리그인 러시아대륙간아이스하키리그(KHL) 소속 선수들의 참가도 불투명해졌다. 러시아의 영향력 아래에 있는 KHL은 러시아 선수단에 대한 IOC의 '표적 약물검사'를 문제 삼으며 이번 올림픽 불참 가능성을 내비쳤다고 한다. 이런 상황에서 IOC가 러시아 선수단에 대해 올림픽 출전금지를 결정했으니 '엎친 데 덮친' 격이 아닐 수 없다.

맥라렌 보고서에 따르면 2014년 소치 동계올림픽 당시 28명의 러시아 선수가 '도핑 스캔들'에 연루됐다. IOC는 리우올림픽 직전에 이 보고서를 보고도 러시아 선수단의 참가 허용 여부를 종목별 국제경기단체(TF)에서 결정토록 했다. 그 결과 육상과 역도 종목 이외의 러시아 선수들은 리우올림픽에 출전했다. 이때 생긴 비판 기류가 IOC의 이번 결정에 영향을 미친 듯하다. 하지만 개인 자격 출전 가능성을 열어 놓은 것은 개최국인 우리 입장에서 천만다행이다. 그렇지 않아도 평창올림픽 열기가 국내에서조차 기대만큼 오르지 않아 걱정하는 사람이 많다. 만약 동계올림픽 강국인 러시아까지 불참하면 '절름발이 올림픽'이 될지도 모른다. 움직일 시간이 별로 많지 않지만 이런 상황을 방관할 수는 없다. 정부와 민간의 스포츠 외교 채널을 총동원해 러시아가 올림픽을 보이콧하지 않도록 설득해야 한다. 정부의 비상한 대책이 필요한 것 같다.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