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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닌이 오래 살았다면 소련의 사회주의는 바뀌었을까

레닌이 오래 살았다면 소련의 사회주의는 바뀌었을까
로버트 서비스가 쓴 전기 '레닌' 재출간



(서울=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 올해 출판계에서는 러시아혁명 100주년을 맞아 지난 1월부터 혁명과 사회주의를 고찰하는 서적이 쏟아져 나왔다.
러시아혁명의 주역 중 한 명인 레온 트로츠키(1879∼1940)의 전기와 그가 쓴 '러시아혁명사'가 재출간됐고, 사회주의 사상의 토대를 놓은 마르크스의 '자본론'을 현대적으로 새롭게 분석한 책도 나왔다.
트로츠키의 정치적 맞수였던 이오시프 스탈린(1879∼1953)의 일대기를 다룬 전기도 간행됐다. 이 책의 저자는 스탈린을 긍정적으로 재평가하려는 움직임에 회의적 시각을 드러내면서 그가 권력욕이 매우 강한 인물이었다고 주장했다.
출판사 교양인이 16년 만에 다시 번역본을 펴낸 '레닌'은 러시아혁명에서 가장 중요한 인물인 블라디미르 레닌(1870∼1924)의 생애를 기록한 전기로, 올해 출판계에 불었던 러시아혁명 열풍에 종지부를 찍는 책이다.
저자인 로버트 서비스 영국 옥스퍼드대 교수는 러시아 근현대사의 권위자다. 그가 쓴 스탈린과 트로츠키의 전기도 국내에서 출간됐다. 그는 이 책을 집필하기 위해 소련 중앙당 문서고에 봉인돼 있던 레닌에 관한 모든 기록을 조사한 뒤 신격화와 악마화 사이에서 균형을 잡으며 그의 삶을 그려냈다.
많은 사람이 레닌에 대해 품는 궁금증 중 하나는 '교양 있는 부르주아 집안 출신인 그가 어떻게 사회주의 혁명가가 됐는가'이다.
본명이 블라디미르 일리치 울리야노프인 레닌은 기독교를 믿는 아버지와 어머니 사이에서 출생했고, 부모의 교육열 덕분에 학교에서 매우 좋은 성적을 받았다. 그러나 대학에 다니던 형이 차르 암살 음모에 연루돼 처형되면서 모범생에서 혁명가의 길로 돌아선다. 그의 눈에 러시아는 부패하고 발전 가능성이 없는 나라였다.
마르크스주의자로 변신한 레닌은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노동계급해방투쟁동맹을 결성했다가 시베리아로 보내졌고, 3년간의 유형 생활을 마친 뒤 17년 동안 유럽 각지를 떠돌면서 혁명의 방법을 놓고 논쟁을 벌였다.
레닌을 부르주아 반란자, 볼셰비키(과격한 다수파) 이론가로 조명한 저자는 제3부에서 본격적으로 러시아혁명을 분석한다.
2월 혁명으로 로마노프 왕정이 무너지고 임시정부가 들어서자 레닌은 무장봉기를 통한 권력 장악을 제안한다. 결국 볼셰비키당은 온건 사회주의자가 이끄는 임시정부를 끌어내리고 권력을 차지한다.
최고 권력자가 됐지만 소련은 불안정한 상태였다. 레닌은 사회주의를 전파하겠다는 이유로 폴란드를 침공했다가 패배하고, 노선이 다른 분파는 무력으로 통제했다. 한편으로는 경제를 살리기 위해 자본주의적 요소를 가미한 경제정책을 도입한다.
레닌의 삶을 밀도 있게 추적한 저자는 54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난 레닌이 조금 더 오래 살았다면 폭군과도 같은 스탈린의 집권이 미뤄졌고, 이로 인해 소련이 지향하는 사회주의도 바뀌었을 것이라는 주장에 대한 의견을 내놓는다.
결론적으로 그는 볼셰비키가 민주적이고, 레닌이 독재나 공포 정치를 끝내려고 했다는 의견은 옳지 않다고 강조한다. 소련의 기틀을 세운 인물이 레닌이고, 스탈린은 그 유산을 물려받았을 뿐이라는 것이다.
저자는 "레닌은 윤리에 대한 염려를 제거했고, 독재를 정당화했다. 레닌은 정치적 전위와 확고한 지도력의 필요성을 강력히 지지했다"면서 "레닌은 그의 당에 자신의 마르크스주의가 순수하며 유일하게 올바른 정책을 구현했다는 확신을 심어주었다"고 평가한다.
김남섭 옮김. 848쪽. 3만8천원.


psh5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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